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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가림막을 친 베란다에서 먹는 홈메이드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든, 고상한 레스토랑에서 셰프가 다채롭게 내놓는 섬세한 페이스트리든, 디저트는 정찬을 마무리하는 완벽한 음식이다. 디저트는 완벽한 퍼포먼스의 대미를 장식하며 관객을 기쁨에 흠뻑 취하게 만드는 앙코르 공연이다. 어른이 되면서 디저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가 되었다.
지금도 변함이없다. 내가 즐기는 디저트는 커피 아이스크림 한 스쿠프처럼 소박할 때도 있고, 버터를 넣은 레몬 타르트처럼 넉넉할 때도 있다. 꼭 세련된 필요는 없다. 그냥 디저트이기만 하면 된다. 디저트가 없다면 나의 식사는 불완전해질 것이며 내 삶도 덜 달콤해질 것이다.
음식에 얽힌 가장 좋은 기억 중에는 디저트와 관련한 것들이 꽤 있다. 어릴 적 어느 여름날, 부모님의 친구분이 만들어주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었을때 입안에 퍼지던 놀랍도록 신선한 배 맛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어느크리스마스에 손수 만든 플럼 푸딩을 휘감던 그 짧은 푸른 불꽃과 그 불꽃이 깜깜한 방을 비추던 몽환적인 장면도 기억한다. 파리에서 맛본 완벽한 크렘 브륄레를 설탕 껍질부터 아래쪽 크림까지 스푼으로 푹 찔러넣었을 때 나던 그 바사삭거리는 소리도 아직 생생하다. 이런 디저터들을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번지면서 그 맛을 전부 다시 음미하게 된다.
설탕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비만과 당뇨 같은 문제가 생기는 건 안다. 그러므로 과도하게 섭취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설탕은 대개 가게에서 파는 짭짤한 음식에서 섭취하는 것이다. 그런 음식을 줄이고 디저트가 주는 기쁨과 사랑스러운 추억에 마음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혀가 누리는 약간의 사치는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서이 내가 이 책을 쓰는 이유다.
책을 쓰는 동안 나는 친구, 친척, 지인들에게 디저트에 얽힌 기억을 물어보며 어떤 디저트를 가장 좋아하나요? 라는 질문을 함께 던졌다. 무엇을 선택하는지 아는 재미도 쏠쏠한것같았고, 얼마나 비슷한 대답을 내놓을지도 궁금했다. 놀랍게도 그들을 굉장히 진지한 태도로 심사숙고했다. 어느 자식을 가장 아낍니까?라는 대답하기 난처한 전형적인 질문을 던진 것만 같았다. 몇몇은 하나 이상 답해도 되느냐고 애처롭게 물었다. 나는 가장 좋아한다는 건 좋아하는 여러 개 중 하나가 아니라 가장 좋아하는 단 하나라는 뜻이니 하나만 골라달라고 부탁했다. 그럼에도 첫번째에 이어 이름을 한두 개 더 대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른 디저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만 같았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조사가 아니었음에도 응답자의 국가, 인종, 연령 구성은 다양했다. 고심끝에 나온 그들의 대답은 다소 놀라웠다. 내 예상보다 초콜릿 디저트를 고른 사람의 수는 적었다. 초콜릿 컵케이크는 어디로 갔을까? 브라우니는?
가장 사랑받는 디저트는 우유 맛이 강하고 부드러운, 가장 오래된 부류들이었다. 크렘 브륄레,커스터드 파이, 티라미수,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 등 모유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디저트들이 선두였다. 많은 사람들이 레몬 머랭파이, 파블로바, 플로팅 아일랜드처럼 머랭이 들어간 크리미한 디저트를 선택했다. 사과파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수플레는 아무도 안 좋아한단 말인가? 겨우 두 사람이 신선한 과일을 선택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는 아이스크림이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맛은 기분,날씨,계절,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에겐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가 있다. 디저트를 즐기지않는 사람조차 그렇다. 누가 뭐라해도 달콤함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맛 중의 하나이며, 우리의 몸은 단맛을 좋아하도록 타고난 듯 보인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단 맛을 좋아한다 해도 모든 문화권이 식사 후에 디저트 코스를 즐기는 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서양에서 디저트로 여기는 음식을 즐기는 것도 아니다. 오늘날 식사 문화가 빠르게 세계화되는 것과는 별개로, 예나 지금이나 많은 나라에서 식사의 전통적인 마무리는 생과일, 말린 과일, 시럽에 넣고 조린 과일 등 종류를 막론하고 과일이다. 중세 유럽에선 익히지 않은 생과일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여겨서 대개 대추나 건포도처럼 말리거나, 꿀과 설탕 시럽을 넣어 요리한 뒤 먹었다. 이런 전통은 그리스의 독특한 별미인 스푼 스위츠에 아직도 살아 있다. 하지만 스푼 스위츠는 식후보다는 보통 오후에 손님이 오면 커피나 냉수와 함께 다과로 제공한다.
달콤한 음식을 식후가 아니라 식사 사이에 간식으로, 또는 축하 음식으로 즐기는 것은 보편적인 문화다. 중국에서는 보통 신선한 과일로 식사를 마무리하고, 디저트는 격식 있는 정찬과 특별한 행사를 위해 아껴둔다. 일본에서는 식후보다는 차를 마실 때 단것을 함께 내놓는다. 서양의 경우,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신선한 과일과 견과류로 식사를 마무리하고, 달콤한 음식은 오후 간식이나 축일 별미로 즐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페이스트리 가게에서 속에는 크림이 가득하고 겉에는 초콜릿을 바른 케이크인 인디아네르크라펜, 다른 이름으로 인디아네르스를 구입해 식사 말미가 아닌 오후에 즐기기를 좋아한다.
정찬을 마칠 때마다 디저트를 먹지 않는 이들도 가장 좋아하는 명절 디저트는 있기 마련이다. 멕시코에서 부활절에 먹는 브레드 푸딩인 카피로타다부터 중국에서 추석에 먹는 월병까지, 명절 디저트는 축제를 즐기는 데 빠지지 않는 핵심 요소다.
그렇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많은 디저트들은 생각만큼 역사가 길지도 않고 어디서나 맛을 볼 수도 없다. 디저트가 별개의 코스로 분리되기 전, 달콤한 음식과 짭짤한 요리가 한 상에 같이 올랐던 시절을 시작으로, 격의 없는 디저트들이 다시 부흥을 맞고 있는 동시에 분자요리사가 연금술사 뺨치는 솜씨로 디저트를 창조하는 현시점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