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디저트의 유래

슈가포그 2022. 2. 11. 18:38

 역사적으로 봤을때, 디저트 코스를 따로 대접하는 것은 고대부터 내려온 관습이 아니다. 디저트라는 단어가 일찍이 14세기부터 프랑스에서 사용되기는 했으나 디저트 코스에는 달콤한 음식만이 아니라 짭짤한 요깃거리도 함께 올랐다.

영국인들이 디저트라는 개념을 알게 된 건 그보다 훨씬 이후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이 단어를 처음 언급한 것은 1600년대인데, 윌리엄 본 경이 건강을 위한 자연스런 지침과 인위적인 지침에서 프랑스인들이 디저트라고 부르는 식문화는 부자연스러운 것이다라고 쓴것을 계기로 처음 등장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디저트를 정찬이나 저녁 뒤에 나오는, 과일 사탕등으로 이루어진 코스라고 정의하고 있다.

 디저트라는 용어는 프랑스어 desservir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17세기까지 달콤한 음식을 대접하려고 식탁을 치우는 일은 없었다. 음식들이 연달아서 상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의 뷔페처럼 코스마다 십수개가 넘는 음식들이 동시에 상에 차려졌다. 요리책에 묘사된 상차림법에 따르면, 비슷한 음식은 테이블의 양쪽 끝에 대칭으로 배열했다. 테이블 중앙에는 소고기 등심부터 설탕절임 피라미드까지 종류에 상관없이 가장 눈길을 끄는 음식을 놓았다. 각 음식이 제자리에 놓여 있다고는 하나 오늘날 기준에서 보면 달콤한 음식과 짭짤한 음식이 무작위로 뒤섞여 있었다. 체리타르트 옆에 비둘기 파이가, 연어 요리 옆에 커스터드 그릇이, 버터에 볶은 순무옆에 마지팬이 놓였다. 코스가 하나 끝나면, 또다시 다양한 종류가 섞인 두번째 코스가 이어졌다. 요리책도 달콤한 음식들을 따로 분류하기보다 책 여기저기에 흩어서 소개했다.

 중세 프랑스에서는 특별한 날에 식탁을 치운 뒤 나오는 마지막 코스를 이슈드 타블 이라고 불렀다. 이때 소화를 돕기 위해 향신료를 넣은 포도주인 이포크라스를 내면서 우블리라는 웨이퍼를 곁들였다. 마지막으로 사탕과자인 드라제가 상에 올랐다. 사탕과자는 설탕을 입힌 씨앗이나 견과류로, 단독으로 나오기도 하고 짭짤하고 달콤한 음식 위에 장식용으로 뿌리기도 했다. 또한 잠자리용 간식이나 입 냄새 제거용으로도 먹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에는 호색한 폴스태프가 하늘에 입맞춤용 사탕을 퍼부어달라고 요청하는 대목도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만찬장에서는 맛만큼이나 음식의 모양과 오락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일부 요리들은 먹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다. 요리사들은 설탕 반죽으로 우뚝 솟은 성곽을 조각해서 테이블 한가운데에 중앙 장식물처럼 두었다. 파이 껍질을 튼튼하게 세우고 그 속에 살아 있는 검은 새들을 넣은 뒤 식사에 참석한 손님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마지팬으로는 과일과 동물을 실제와 똑같이 빚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신이 후원자인 루도비코 스포르차를 위해 만든 마지팬 조각을 사람들이 먹어치우자 불평을 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는 사람들이 마지팬 조각을 감상만 하고 먹지는 않기를 바랐다.

 오늘날 페이스트리 셰프들이 만든,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고상한 디저트들이 바로 이런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그 디저트들은 눈을 즐겁게 하는 작품이지 입을 만족시키는 음식이 아니다. 여기에 포크를 들이댄다면  예술 작품을 철구로 부수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과거의 셰프들이 그랬듯, 이들 역시 식사보다는 볼거리와 시각적 즐거움을 더 중시한다. 물론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디저트는 날아오르는 검은 새들처럼 장관을 연출하지도 않고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하는 용도지만, 이 역시 식탁에 앉은 사람들을 황홀하게 만드는 임무를 띠고 있다. 

 18세기 전까지 설탕과 향신료는 높은 가격때문에 고귀한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물과도 같았다. 그래서 설탕과 향신료를 살 형편이 되는 귀족들은 일부러 그것들을 과시하곤 했다. 많은 짭짤한 음식에 설탕이 들어가거나 설탕이 뿌려졌다. 영국 요리사들은 묵직한 미트파이에 설탕과 시럽을 입힌 과일을 넣어 단맛을 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사람들은 파스타의 일종인 탈리아텔레에 설탕, 오렌지, 시나몬, 아몬드를 뿌린 뒤 금류나 육류와 함께 식탁에 올렸다. 이런 단맛과 짭짤한 맛이 섞인 옛 음식 중 일부는 지금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의 명절 음식인 시린 폴로는 설탕에 조린 오렌지껍질, 피스타치오, 아몬드, 시나몬을 듬뿍 넣은 밥이다. 재료만 보면 라이스푸딩에 적합해 보이지만 이 음식은 특별한 날에 만드는 필라프로, 디저트가 아닌 식사로 먹는다. 우리가 블랑망제라고 부르는 디저트 푸딩 역시 한때는 식후가 아니라 식사와 함께 먹는 짭짤한 음식이었다. 과거에는 잘게 썬 닭고기 또는 생선에 크림을 섞고, 간 수사슴 뿔이나 쌀을 넣어 되직하게 만든 뒤, 아몬드를 넣어 단맛과 풍미를 살려서 먹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것을 비안코만자레라고 불렀다. 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닭고기와 수사슴 뿔을 빼고 단맛만 살린 디저트푸딩으로 탈바꿈했다. 터키에서는 타부크 괴쉬라고 부르는데 디저트로 변한 이후에도 여전히 잘게 썬 닭고기를 넣는다. 

 추수감사절에 먹는 민스파이나 크리스마스 파이에는 한때 건포도, 사과, 향신료, 브랜디와 함께 진짜 소고기 다짐육이 들어갔다. 미국에서 이런 사실을 아이들에게 말하면 깜짝 놀란다. 아이들은 심지어 어떤 지역에서는 민스파이의 속재료를 슈퍼마켓에서 사지 않고 집에서 손수 만들며, 아직도 고기를 넣는다고 말해주면 더더욱 놀란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짭짤한 요리에서 달콤한 재료들이 빠지고 대부분의 달콤한 음식에서 고기가 빠졌다. 달콤한 음식과 짭짤한 음식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됐으며, 디저트 코스라는 용어와 관행이 유럽 전역에 널리퍼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초콜릿과 같은 신세계의 식재료들이 시장에 유입되었다. 오븐과 계량도구 같은 새로운 기구들이 등장하며 베이킹 문화를 바꾸었다. 사탕수수 농장에 노예인력이 대거 투입되며 설탕 가격이 저렴해졌다. 여행자들이 새로운 음식을 고향에 퍼트렸고, 이민자들은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레시피를 낯선 나라들에 전파했다. 

 이러한 변화들로 인해 달콤한 음식들은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다. 전문화된 작업장이 생기면서 요리사와 디저트 요리사에도 구분이 생겨났다. 프랑스에서는 메인 주방, 조리실, 가사실로 노동력을 나누었는데, 이 중 가사실에서 페이스트리, 케이크, 커스터드, 아이스크림과 같은 차가운 음식들을 만들었다. 달콤한 음식들은 더 이상 식사요리와 함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디저트 코스를 담당하는 전용 셰프, 전용식기, 전용 메뉴도 생겼다. 디저트이 시대가 도례한 것이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